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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6. 11:57

등반일시: 2024-09-24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북한산에 올랐다.  30여년 전에 백운대에 한 번 오른 기억밖에 없다.

유튜브로 등산 영상을 보니 북한산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관악산 보다 크고 험한 산인 것을 알고 있기에 등산화부터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암릉에 좋다는 캠프라인 등산화 블랙시그마로 낙점. 

부담스런 가격이었지만 등산화는 등산에 있어서 생명에 직결되고 앞으로 장거리 산행도 대비해서 좋은 것으로 준비했다.

 

기상예보를 살피다가 화창한 날씨의 이 날 북한산성 탐방센터로 갔다.

북한산성 탐방센터에서 백운대에 이르는 코스를 선택했다.

안내소에 들러보니 경고가 붙어 있었다. 낙석 사고로 몇 개월 째 백운대에 가는 길이 막혔단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다.

 

그런데 안내지도를 보았지만 지도에서 현 위치가 어딘지 알 수 없다.  오랜만에 온 나는 초보자나 다름 없는데 어쩌라고?

 

 

여기서 백운대로 가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안내가 없다.

그냥 낙석 지점으로 패쇄된 상세 코스 근처만 표시되었다.  황당했다.  그리고 화가 났다.

자주 가는 사람이야 잘 알겠지만 초행길이거나 오랜 만에 오는 사람은 낙석 근방 루트만 보고는

어디에서 부터 가는 길이 막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 위치에서 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왜 낙석으로 막힌 부분 안내에서 현 위치가 빠졌는지 안내소 직원에게 항의했다.  

전체 지도를 그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더 이해가 안 되었다.

전체 지도를 상세하게 그릴 수 없으면 현 위치를 포함한 약식지도는 표기할 수 없는 건가?

백운대 가기 위해 날을 잡고 준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안된다니...

 

안내소가 이래서야 되느냐고 재차 항의하니 그제서야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백운대에 이르는 길은 막혔다고 보면 됩니다." 라고 했다.

왜 쉬운 내용을 안내소 앞에 큼지막하게 붙이지 못하는 걸까? 정말 이해가 안된다. 

 

오랜만에 백운대에 이르는 표준적인 코스를 가고 싶었고 다른 코스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 

날씨도 화창해서 등산화 처음 신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나섰는데...

 

다시 반대편 백운대 탐방센터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다.  막막했다.

마침 점심 때가 가까워서 준비한 점심을 가까운 벤치에서 까먹었다.  

그나마 코스를 아는 산이라고는 관악산 밖에 없는데 고양시에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

아는 지인에게 전화걸어 푸념섞인 불만과 한탄을 풀어놓았다. 

대안으로 송추계곡을 가보라는데 찾아보니 거기를 찾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잘 알지도 못하고.

다시  탐방센터 앞으로 갔다. 이제는 안내소가 아니라 정문 쪽의 큰 지도를 보았다.

 

 

앞의 안내지도와 이 지도를 비교하니 비로소 현 위치에서 백운대로 가는 지점이 막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동사쪽 길과 용암문쪽 길이 모두 막힌 것이다. 

백운대 가려면 숨은벽능선과 백운대탐방센터에서 오르는 길 외에는 없었다.

왜 이 쉬운 것( 북한산성탐방센터~백운대 코스가 막힌 것) 을 북한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안내하지 못하는걸까?

왜 직접 와서야 보게 만들어서 시간 낭비, 헛 걸음을 하게 하는가?  행정이 한심스러웠다. 

안내 서비스는 알기 쉽게 해야 하는데 초보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어쨌든 확실하게 안 것은 좋았는데 대체해서 갈만한 코스가 있느냐가 문제였다. 

같이 지도를 보던 옆 사람에게 어디로 가시는지 물었다. 

의상능선으로 해서 비봉능선으로 간단다.  들어도 모르는 내용이다.  

 

그 때가 1시 30분 가량 되었는데 6시간쯤 걸리는 코스라는데 끝날때 어두울텐데 무리가 아닌지.

한편 대단하게도 보였다.  그 말은 들은 후 검색해보니 의상능선이 괜찮다는 글이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서 좀 올라가니 곧 의상능선 입구에 안내지도가 있었다.

 

의상능선 가다가 중간에 계곡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때 코스만 보았지 난이도는 유념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까만색이 '매우 어려움'이라는 것을 놓쳤다.

 

의상능선 입구에 들어서고 초입에는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지더니 잠시 후 갑자기 급격한 암릉이 나타났다.

백운대 오를 때 암릉을 갔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기에 암릉에 대한 예상은 했지만 초입부터 나타날줄 몰랐다.

기어가고 난간 잡고 올랐다.  그런데 끝이 없다. 계단도 많다.

의상봉까지 올라가면서 3,4번은 쉰 것 같다.  의상봉 직전 넓은 바위에서 보는 조망은 정말 좋았다.

앞에 산행하시던 분을 만나 백운대 막혀서 의상능선 왔다고 하니 '의상능선 잘 왔다. 정말 좋다'고 했다. 

 

 

 백운대 정상부가 다른 봉우리들과 함께 있는 조망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으로는 다른 능선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비봉능선이다. 

의상능선은 이렇게 백운대 정상쪽과 비봉능선을 다 볼 수 있는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 

옆에 있는 분이 열심히 사모바위가 어떻고 하면서 설명해주는데 사전 지식이 없는 나는 들어도 모른다.  

그냥 멋진 풍경만 구경한다. (아래 사진에서 멀리 사모바위가 작게 보인다)

 

 

잠시 멈추어 주위 조망을 즐기며 준비한 간식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힘은 들지만 꽤 괜찮은 조망이 있는 능선이다.

 

다시 용혈봉을 올라보니 인수봉까지 더 잘 보였다.  옆에 있던 분이 백운대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심.

 

 

왼쪽부터 염초봉, 만경대, 백운대, 그 앞의 노적봉, 그리고 오른쪽으로 인수봉이 보인다.

 

용혈봉에 바로 이어서 증취봉 표식이 있다는데 확인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큰 바위 뒷편에 봉우리 표지판이 있다고 한다. (사전 지식도 없고 초행이니 모를 수 밖에)

 

부암동암문까지 왔다.  여기서 문수봉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포기.

 

 

 

부암동 암문에서 아래쪽 계곡으로 돌아가는 길을 표시해주고 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쯤 되어 하산하기로 했다.

 

틈틈히 산길샘 앱에 표시된 GPS 를 확인하면서 계곡을 따라 하산했다.

보리사를 지나니 계곡길과 포장도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포장도로가 좀 멀지만 결국 만난다고 해서 포장도로 왔다.

그리고 후휘했다.  오르막에 굽이굽이 돌아가질 않나.  차라리 계곡길로 갈 걸...

그런데 포장도로로 오니 처음 출발했던 의상능선 입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원점회귀한 셈이다.

 

아뭏든 30여년 만에 북한산 등반인데 우여곡절 끝에 괜찮은 등반을 했다.

나의 한 줄 평.

- "의상능선 난이도가 만만치 않고 뷰는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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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은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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