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일시: 2024-10-08
드디어 정말 오랜만에 백운대에 오르고 나니 제법 등산에 입문한 듯 느껴진다. 그래서 영상으로 많이 보았던 멋진 비봉능선을 오르고 싶어졌다. 멋진 바위와 조망이 유명하다고 했다. 이왕이면 종주라는 이름이 붙는 주능선을 통해 다시 백운대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비봉능선-성곽능선-백운대 종주이다. 이 코스가 주능선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가보고 싶었다.
마침 날씨가 좋은 날을 택하여 올랐다. 유명 유튜버의 영상을 참고하여 불광역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백운대탐방센터로 하산코스를 잡았다. 전철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타지 않아서 좋았다. 북한산이 이렇게 접근성이 좋았던가?
불광역 9번 출구로 나와서 지도에 안내된 길로 걸었다. 길찾기 안내에 따라 롯데캐슬 아파트쪽 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다시 골목으로 접어들어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것보다는 대호아파트만 보고 큰 길로 한 블럭 더 가서 오른쪽으로 꺾어드는 것이 더 쉽고 편한 길이다.
어쨌든 유명한 대호아파트 뒤 족두리봉에 오르는 코스를 찾았다. 주택가 골목 사이로 유명한 국립공원 등산로가 있는 것이 의외이다.
영상에서는 등산로와 둘레길이 나누어진다고 했는데 골목에서 올라가니 그냥 펜스쳐진 사이로 길이 하나만 있었다. 그 사이 길이 바뀌었나? 이상했지만 계속 올라갔다. 100m 정도 올라가니 그제서야 등산로 입구가 보였다. 주택가 골목에서 올라가면 정식 등산로 입구가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가는 것과 차이가 있다.
등산객 수를 세는 카운터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족두리봉 표시된 등산로 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오른쪽 계단은 둘레길이다. 나중에 다시 만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탐방 안내도에 족두리봉-향로봉-비봉-문수봉-대성문에 이르는 길이 안내되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족두리봉 오르는 암릉길이 시작된다. 의상능선 오를 때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게 올랐다. 보기에는 험해 보여도 막상 오르면 의상봉 보다는 쉽고 재미있다.
그래도 경사가 꽤 높아서 접지력 괜찮은 등산화는 필수이다.
암릉을 오르며 바로 고도를 높이기 때문에 얼마 오르지 않아서 시내가 보인다. 바위와 나뭇가지를 잡으며 조심해서 오르고 땀 좀 흘려야 한다.
드디어 족두리봉 정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다닌 흔적들이 있다. 그런데 이제서야 처음 오다니. 하긴 운동화만 신고 가끔 산을 오르던 내가 이런 곳에 오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통신 시설과 이름 모를 바위가 있다. 누가 조각해서 가져다 놓은 것 같이 정말 독특하게 생겼다. 오래 전 동네 뒷산처럼 관악산 다니면서는 별로 본 적 없는 독특한 모습을 지닌 바위이다.
족두리봉을 내려가서 향로봉으로 향하는 암릉 길에 난간들이 설치되어 있다.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 길을 생각하니 좀 긴장이 된다.
이정표로 앞으로 남은 거리를 예측한다.
한참 오르다보니 족두리봉의 뒷태가 보인다. 영락없이 족두리를 닮았다. 우리네 산이라 우리 삶의 모습까지 닮은 것일까? 족두리봉이라는 말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향로봉 가기 전 구기터널 방향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 마다 지도를 보며 코스를 다시 확인한다. 등산에서는 길을 인지하며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리 알아둔 등산코스를 머리에 그리며 향로봉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향로봉 가는 코스가 추락 위험으로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가는 것 같다.
네이버 지도보다는 다음 지도가 나은 것 같아서 주로 사용하는데 등산로가 제대로 표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숨은폭포에서 숨은벽 능선방향 등산로가 표시되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 직접 만나는 등산로 이정표를 잘 참고해야 할 것 같다.
향로봉 가는 길이 아래와 같은 바위 틈새를 지나야 한다. 정식 등산로이다. 주저 없이 통과한다. 산이 어른들이 놀이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애들처럼 동네 놀이터에서 놀 수 없으니 위험을 약간 감수하고 산에서 노는 것이 아닐까? 애들처럼 바위 잡고 난간 잡고 기어가고 엎드리고 좁은 바위 틈으로 통과하는 어른들의 놀이터가 산이다. 산에서는 체면 차릴 것 없다. 두손 두발 포함하여 온 몸을 다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자유롭고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바위들이 구멍 뚫리고 콘크리트가 발라지고 철봉이 박히고 고달프다. 덕분에 사람은 좀 더 안전하다. 바위들아 고맙고 미안하다.
향로봉 가는 길에 보이는 비봉과 잉어바위. 그 뒤로 멀리 보현봉이 보인다.
이제 드디어 향로봉이 300m 남았다. 이정표를 잘 보아야 한다. 뒤에 보이는 울타리를 등산로로 생각하여 따라 올라가면 요즘은 거의 가지 않는 험한 바위로 올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대로 오른쪽 방향이 정식 등산로이다.
이제 향로봉이 멀지 않고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처 몰랐다. 깔딱고개 돌계단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번 산행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스틱도 사용했지만 끝없는 돌계단이 쉽지 않았다. 힘들어서 사진 찍는 것도 잊었다.
드디어 향로봉 정상이다.
고생하고 올라왔는데 계속 보아온 조망 외에 향로봉 정상 자체로는 인상깊은 것은 별로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향로같은 모양이 있다고 하는데 산행 중에는 몰랐다. 쉬기에는 좋았고 에너지 충전을 위해 물과 영양갱, 바나나 등을 먹었다.
향로봉에서 내려가는 길에 휴대폰 충전소를 발견했다.
태양전지를 이용한 것인데 매우 좋은 아이디어이다. 비상시 아주 유용할 것 같다.
비봉가는 길에 잠깐 헤맸다.(소위 '알바') 이정표에는 비봉에 거의 다 왔다고 했는데 계속 가다보니 다시 내려가는 듯 싶어서 뒤돌아 왔다. 와서 보니 비봉에 오르는 길은 등산로 진행 방향에서 잠시 옆으로 빠져야 한다. 별 생각없이 가면 놓치기 쉽다. 비봉 표지판을 확인해야 한다.
비봉의 명물 코뿔소 바위
뿔 모양으로 튀어나온 곳에 걸터 앉은 인증샷을 자주 보았는데 실제 가보니 아찔해서 도저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떤 강심장을 가져야 저 위에 앉을 수 있을까?
드디어 비봉에 올랐다.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져 있다.(복제품) 이곳에 오르는 길이 좀 쉽지 않다. 난간이 없는 바위 위로 움푹 파인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손으로 잡고 올라가기엔 옆이 그냥 절벽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바위 사이로 오르려니 마땅히 발 디딜 곳이 없어 난감하다. 그래도 더 안전한 바위 사이를 발로 버티고 밀면서 어떻게 해서 겨우 올랐다. 오르내리면서 팔이 살짝 까인 듯 싶다. 내려 오는 길에 절벽쪽 바위 위로 가뿐히 성큼성큼 올라오는 분이 있어서 안 무섭냐고 했더니 미끄럽지 않고 괜찮단다. 내 신발을 보더니 등산화도 괜찮은 것 같은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다음에 다시 오기가 약간 겁이 났다.
약간 아찔한 비봉을 뒤로 하고 유명한 사모바위에 왔다. 사모 ( 조선시대 관리가 관복을 입을 때 쓰는 모자) 바위 모양이 마치 깎아 놓은 듯 정말 독특하다.
비봉을 내려와서 승가봉을 지나 통천문을 통과한다. 어른들의 놀이터가 맞다. ^ ^
알고보니 통천문을 가진 바위들이 여러 다른 산에도 있다. 마치 칼바위, 마당 바위라는 이름이 여러 산에 있듯이.
문수봉에 오르는 갈림길에 섰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 거리는 비슷하다고 했다. 내가 본 영상들은 대부분 어려운 길로 갔다.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나도 어려운 길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쉬운 길은 청수동암문으로 해서 오르는 길이고 어려운 길은 백운대처럼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 암릉길이다.
이런 모습이다.
사진으로 보니 위험해 보이긴 하다. 바위에 박힌 난간대만 붙잡고 가야 한다. 백운대 오를 때 난간잡고 올랐던 것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웠다. 백운대 오를 정도면 충분히 올라갈만 하다. 내려오는 아시아인 부부(?)를 만났는데 여자분이 한 손으로 스틱을 잡고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불안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내가 소리쳐 두 손을 사용하라고 손짓을 했더니 남자가 스틱을 넘겨받고 여자는 두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내려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 정도면 나도 등산 초보를 벗어난 것일까?
드디어 문수봉 정상이다. 실제 정상은 뒤에 보이는 곳이지만 위험해서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는다고 한다.
혼자 등산할 때 아쉬움이 있다. 셀카로 찍으면 포즈에 한계가 있고 풍경이 잘 담기지 않을 수 있다. 옆에 있는 분에게 부탁하면 구도가 엉망이고 사진이 잘 안나올 때가 많다. 특히 전신을 다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많다. 내가 카메라 가까이 가면 '다리가 짤리는데요' 라고 말한다. 그런데 다리가 짤리지 않게 전신을 다 찍으면 사람이 너무 작게 나오기 때문에 나는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또 어떤 분이 찍은 사진은 사람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상한 모양이 된다. 아쉽지만 그냥 찍은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문수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었다. 문수봉을 내려가니 멋진 성곽길이 이어진다.
분명 인공적인 성벽인데 자연 속에서 보니 나름 운치가 있다. 그 옛날 이 높은 곳에 돌을 가져와 쌓느라고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당시에는 지금처럼 편한 등산화도 없었을텐데 돌을 가져와 쌓는 백성들이 고생했을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남문이 나왔다.
산 속 깊은 곳에서 이런 단청무늬의 옛 건물을 보니 멋지다. 산봉우리와 계곡을 누비고 다니며 또 적들을 대비하는 옛 선조들의 모습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상상속에 떠오른다.
문수봉에 있다고 하던 개를 여기서 보았다. 북한산에서 고양이는 많이 보았는데 개는 처음 보았다. 그냥 무심하게 대하는 것이 최고이다. 대남문에서 여러 갈림길이 있어서 지도를 보기도 하고 옆에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대남문을 통과하면 대성문으로 가는 성곽길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대남문을 통과해서 직진한다.
성곽을 따라 걷다가 통천문 같은 바위 사이의 창을 보았다.
사전 지식이 없어서 이곳 이름은 모르지만 바위 사이로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밖을 보니 내려갈 수는 없는 절벽이다.
대성문에 금방 도착했다.
이곳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아예 평상이 넓게 있어서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나도 잠시 쉬면서 남은 간식을 먹는다. 바로 앞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을 찍을 수 없어서 통과한 후에 카메라에 담았다.
계속 성곽길을 따라 걷는 것이 좋았다. 보국문에 도착했다. 대성문과 대동문 중간지점이다.
이곳에서 정릉방향이나 북한산성탐방센터로 내려갈 수 있다. 여러 능선길, 계곡길이 만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북한산의 중앙지점에 해당하므로 보국문만 찾으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 것 같다.
보국문을 지나 성곽길을 따라 가니 칼바위 능선과 만나는 멋진 조망터가 나왔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성곽 조망대'라 부르고 싶다. 칼바위를 오르내리는 분들도 보이고 탁 트인 조망을 볼 수 있다. 잠시 머물다 가도 좋을 것 같다.
좀 더 내려가니 칼바위 능선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왔다.
대동문이다
여기서 아카데미 탐방센터 방향이 소귀천 계곡과 진달래 능선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나는 백운대 방향으로 Go GO ~
일출봉, 북한산 대피소 옆의 이정표. 용암문 가기 전 북한산성탐방센터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9월까지 용암문에서 백운대이르는 길이 막혔을 때는 여기서 북한산성탐방센터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용암문에 왔다.
멋스런 옛 표지 간판이 없어지고 무미건조한 팻말이 붙어 있다.
여기서 도선사 방향으로 가든지 백운대 방향으로 가든지 선택해야 한다.
나는야 백운대로 간다. 막 들기 시작한 단풍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용감히 도전하는 자가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운대 정상에 오르는 것만 좀 어렵고 나머지는 쉽게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난간도 붙잡고 오르고 내리면서 땀을 흘렸다.
드디어 백운봉암문 직전 갈림길 계단에 도착했다.
일주일 전에는 앞에 보이는 반대편으로 하산했었다. 북한산성탐방센터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백운대에 오르는 초입의 백운봉암문이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꽤 있어서 기다리다가 결국 내 사진에 포함된 등산객.
백운대에 다시 올랐다. 구름낀 하늘이었는데 오히려 좋았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여유있게 정상석도 찍고 한 젊은 청년과 요즘 등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예전에는 주로 등산하는 사람들이 중년들이 많았는데 요즘 젊은 사람이 자주 등산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친구 생각에는 젊은 사람도 꽤 많아서 반반이란다. 등산 관련 유튜브와 스마트폰 앱이 많이 등장하고 각종 인증들이 있어서 젊은이들에게 등산이 매력있게 보이는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백운대에서 내려와 계단 입구에서 마지막으로 아쉬운 마음에 수락산이 보이는 곳에서 한 컷.
이제 하산이다. 하루재를 거쳐 백운대탐방센터로 내려왔다. 그런데 탐방센터부더 시작된 포장 도로가 너무 길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급적 앞으로는 이쪽으로 하산하지 않을 듯 싶다. 포장도로 한참 내려와서 버스정류장 길 안내 표시가 있어서 인도가 끊겼나보다 하고 우회 계단길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계단을 올라가질 않나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마지막 힘을 빼놓았다. 옆의 도로를 보니 그냥 도로를 계속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괜히 표지판대로 와서 고생이다 싶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로 사전 지식이 없다보니 고생이구나 싶었다.
백운대탐방센터 하신길은 별로지만 비봉능선-성곽길-백운대 종주는 볼거리도 많고 암릉구간, 힘든 구간, 산책처럼 여유있는 구간 등이 섞여서 좋았다. 백운대탐방센터까지 12km 정도 되는 길이고 휴식 포함하여 7시간 반 걸렸다. 포장도로에 이어서 전철역까지 가면 14km 정도 걸어야 한다. 체력적으로 미리 준비를 하고 필요한 음식, 스트레칭,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갈만하고 꽤 볼거리가 풍부한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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